미세 회로 패턴이 보이는 300mm 실리콘 웨이퍼를 검사하는 엔지니어

반도체 공학 트랙 ② 머리카락 두께 10만 분의 1? ‘나노(nm)’에 집착하는 이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뉴스를 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3나노(nm)’, ‘2나노’ 같은 숫자입니다. 숫자가 작아질수록 주가가 오르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데, 도대체 1나노미터는 얼마나 작은 크기일까요?

미세 회로 패턴이 보이는 300mm 실리콘 웨이퍼를 검사하는 엔지니어

머리카락을 3만 번 쪼개면 3나노

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입니다. 감이 잘 안 온다면 머리카락 한 가닥을 떠올려 보세요.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가 약 10만 나노미터입니다. 즉, 3나노 공정이라는 것은 머리카락 한 가닥을 3만 번 넘게 쪼개야 나오는 굵기로 회로의 선을 그린다는 뜻입니다.

더 직관적으로 말하면, 반도체의 기본 재료인 실리콘 원자 15개 정도가 나란히 서 있는 아주 미세한 틈새입니다.

실리콘 원자층 증착 (ALD) 분자/원자 스케일 참고 이미지
원자층 증착 (ALD) 분자/원자 스케일, 참고 이미지

왜 작게 만들려고 애를 쓸까?

그렇다면 왜 반도체 회사들은 수십조 원을 들여가며 회로를 더 작게 그리려고 경쟁할까요?

반도체 칩 내부는 전자가 이동하며 정보를 처리하는 거대한 도로망과 같습니다.

만약 건물을 빽빽하고 작게 지어서 도로의 길이를 짧게 줄이면 어떻게 될까요?

택배(전자)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훨씬 빨라집니다. 게다가 이동 거리가 짧아지니 기름(전기)도 적게 먹습니다.

FinFET 트랜지스터 나노구조
FinFET 트랜지스터 나노구조

결국 회로의 선폭을 나노 단위로 미세하게 줄일수록 스마트폰의 연산 속도는 빨라지고, 배터리는 훨씬 오래가게 됩니다.

또한 똑같은 크기의 칩 안에 더 많은 스위치(트랜지스터)를 빼곡하게 채워 넣을 수 있으니 기기의 성능은 몇 배로 뛰어오릅니다.

👉 이제는 나노 공정 시대! (2분25초)

출처 : LG디스플레이 대학생 인플루언서_디플, 유튜브 채널

유령처럼 벽을 통과하는 전자들

하지만 무작정 작게 만드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선폭이 3나노 이하로 좁아지면 물리학의 얄궂은 장난이 시작됩니다.

전자가 정해진 길을 따라가지 않고, 너무 얇아진 벽을 유령처럼 쓱 통과해 버리는 ‘양자 터널링’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수도꼭지를 꽉 잠갔는데도 벽이 너무 얇아서 물이 줄줄 새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스위치를 껐는데도 전기가 새어 나가면 반도체는 열을 받고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포토리소그래피 마스크 나노 패턴
포토리소그래피 마스크 나노 패턴

오늘날 반도체 공학자들은 이 전자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통로를 3D 입체 형태로 둥글게 감싸는 기술(GAA 공정 등)을 도입하며 나노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선을 얇게 그리는 것을 넘어, 원자 단위의 물리 법칙과 싸우며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는 것. 이것이 뉴스에 나오는 ‘나노 반도체 공정’의 진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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