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처럼 맑고 투명하면서, 종이처럼 수십만 번을 펄럭이며 접었다 펼 수 있는 소재가 있을까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런 물질은 해리포터의 투명 망토처럼 상상 속 마법의 영역에 불과했습니다.
유리는 투명하지만 접으면 깨지고, 비닐은 접히지만 쭈글쭈글하고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과 LG전자의 롤러블 TV가 등장하면서 이 마법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바로 신소재공학 ‘고분자 트랙’에서 만들어 낸 기적의 플라스틱, ‘투명 폴리이미드(Colorless Polyimide, CPI) 필름’ 덕분입니다.

우주복을 만들던 튼튼한 ‘노란색’ 플라스틱
원래 ‘폴리이미드(PI)’라는 플라스틱은 수백 도의 펄펄 끓는 열도 견뎌내고 강철만큼 질겨서, 우주복의 겉면이나 반도체 기판을 감싸는 절연체로 쓰이는 최고급 산업용 소재였습니다.
문제는 이 튼튼한 플라스틱의 색깔이 아주 진한 ‘누런색(또는 갈색)’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튼튼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분자들이 서로 너무 빽빽하게 뭉쳐 있다 보니, 빛이 통과하지 못하고 색이 탁해진 것이죠.
당연히 우리가 매일 들여다봐야 하는 스마트폰의 투명한 디스플레이 화면으로는 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고분자공학자들의 미션: “노란색을 투명하게 탈색하라!”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을 만들고 싶었던 제조사들은 고분자공학자들에게 SOS를 쳤습니다. “이 튼튼한 플라스틱의 성질은 그대로 둔 채, 색깔만 유리처럼 투명하게 만들어 주세요!”

신소재공학자들은 분자 단위의 정밀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빽빽하게 뭉쳐있던 폴리이미드의 분자 사슬들 사이에 아주 미세한 여유 공간(불소 화합물 등 부피가 큰 원자단)을 억지로 끼워 넣었습니다.
마치 만원 지하철 안에 덩치 큰 사람을 밀어 넣어 사람들 사이에 강제로 틈을 벌려놓은 것과 같습니다. 그 틈새를 통해 빛이 방해받지 않고 쑥쑥 통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수만 번을 접어도 끄떡없는 마법의 필름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열과 충격에 강한 폴리이미드의 튼튼한 성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색깔만 유리처럼 100% 맑고 투명해진 ‘CPI(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이 탄생한 것입니다.
초기 갤럭시 폴드 1세대의 화면을 덮고 있던 소재가 바로 이 CPI 필름이었습니다.
유리처럼 깨질 염려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하루에 100번씩 5년을 접었다 펴도 화면에 금이 가거나 찢어지지 않는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했습니다.

굽히는 플라스틱(CPI) vs 얇은 유리(UTG)의 소재 전쟁
초기 폴더블폰(갤럭시 폴드 1세대)의 화면은 이 튼튼한 플라스틱인 CPI 필름이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특성상 손톱에 긁히기 쉽고 화면 가운데에 쭈글쭈글한 주름이 남는 단점이 있었죠.
소비자들이 쨍하고 단단한 유리의 감촉을 원하자, 경쟁자인 ‘무기재료’ 진영에서 머리카락보다 얇게 깎아 접을 수 있게 만든 ‘초박막 강화유리(UTG)’를 들고나왔습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스크래치에 강한 UTG(유리) 진영이 승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CPI(플라스틱)는 이대로 졌을까요? 아닙니다. 고분자 진영은 스마트폰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게 접히는 기기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17인치가 넘는 거대한 폴더블 노트북이나, 화면을 두루마리 휴지처럼 둥글게 둥글게 말아버리는 ‘롤러블(Rollable) TV’를 만들려면 깨질 위험이 있는 유리(UTG) 대신 완벽하게 유연한 고분자(CPI) 소재가 무조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스마트폰은 유리(UTG)가, 거대한 롤러블 기기는 플라스틱(CPI)이 장악하는 치열한 디스플레이 소재 전쟁. 두 가지 핵심 소재를 모두 연구하며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는 일, 그것이 바로 신소재공학에서 만나는 가장 가슴 뛰는 혁신입니다.
더 깊이 알아보기: 공식 기술 및 학술 리포트
불투명한 튼튼한 플라스틱 분자 사이에 빛이 통과할 길을 열어 ‘투명 폴리이미드(CPI)’를 만드는 화학적 원리와, UTG와의 경쟁 등 차세대 유연 디스플레이의 소재 동향은 아래 국책 연구기관 및 대학의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공 탐구 및 진로 설정에 유용한 자료입니다.
- [유리처럼 투명하고 종이처럼 접히는 폴리이미드 필름의 분자 설계 원리] 👉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전자제품용 투명 폴리이미드 연구 동향 논문
- [접히는 디스플레이(폴더블폰)의 커버 윈도우 소재 라이벌: CPI와 UTG 비교] 👉 카이스트(KAIST) 오픈액세스(KOASAS) 학위 논문 시스템 바로가기
- [접히는 디스플레이 커버 윈도우 소재 라이벌: CPI와 UTG 비교 논문] 👉 카이스트(KAIST) 오픈액세스(KOASAS) 학위 논문 시스템 바로가기






